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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일부러 느리게 걸어보기

미스터카멜레온 2024. 6. 28. 17:52

평상시 점심을 먹고 동료와 함께 커피를 살 겸 산책을 나선다(정확히는 동료가 커피 사러 가는 길을 따라 나서는 것이다). 오늘은 동료의 부재로 나 혼자 산책을 나섰다. 항상 회사 스틱커피를 즐기는데 금요일이고 날씨도 무덥고 음.. 그냥 기분이 내켜 바나프레소에서 저렴한 아아를 테이크아웃 했다. 

 

점심시간 직전까지 도메인 객체 구현 작업에 푹 빠져있었다. 책임소지를 어느 객체에 더 줄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코드를 썼다 지웠다 반복했다. 레거시 데이터베이스 구조에서 추출해오는 영속화 된 데이터들을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은 채 객체의 명확한 책임을 먼저 고려하고 시작한 건 아주 잘한 일이었다. 책임에 대한 행위들을 러프하게 정의했고 이를 기반으로 객체를 하나 만들어 외부 인터페이스(메서드)를 선언만 해뒀다. 그 이후 영속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는 repository를 구현했다. repository를 통해 가져온 영속데이터를 도메인 개념에 맞는 데이터들로 변환하려고 보니 불가피한 도메인 객체의 분리가 필요함으…

 

생각을 쉬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일부러 아무 생각을 안 하고 주변을 만끽하며 걸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몇 발자국 갔나? 문득 내가 꽤 빨리 걷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뜬금없이는 아니고 빨리 걷다보니 자연스럽게 몸에 열이 오름을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빨리 걷고 있다는 것을 느낀 후 아내가 늘 나에게 걸음이 빠르다고 했던 상황들이 떠올랐다. 아내가 걸음이 빠르다고 하면 그제서야 나는 속도를 줄인다(속도를 줄여도 아내는 여전히 빠르다고 할 때가 많다). 아무튼, 나는 처음에 일부러 아무 생각을 안하고 주변을 만끽하자에 최대한 느리게 걸어보기를 추가했다. 느리게 걷기 시작하니까 시원한 바람이 아주 약간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느리게 걷기 시작하니까 덩달아 호흡도 크게 쉬어보자는 생각 또한 들었다. 호흡을 크게 쉬니 안정감도 생겼다. 걷는 중간에 뜬금없이 엄마에게 통화를 걸었는데 그때는 또 중간중간 의식하지 않으니까 걸음이 빨라졌다. 다행히 전화를 마치고는 의식적으로 느리게 걷고 있었다는 사실이 생각나 다시 느리게 걸었다. 한 30분 산책을 하고 회사에 도착하니 은은하게 등골이 땀에 젖어 있었다. 썩 성공적인 산책이었던 것 같다.

 

일부러 느리게 무언가 하기’ 는 비단 걷기 뿐만아니라 다양한 생활 속에 적용해보고 싶다. 빠르게 해오던 행위들을 일부러 느리게 함으로써 가끔은 은은하게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같은 무언가, 크게 호흡을 통해 오는 안정감같은 무언가를 경험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