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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하마터면 무턱대고 열심히만 살 뻔 했다

미스터카멜레온 2024. 5. 6. 21:25

최근 회사에서 새로운 동료를 모시기 위해 면접을 볼 기회가 생겼다.

 

나보다 실무 경력이 3~4년 정도가 많은 분이었기에 그동안 쌓으셨던 지식들과 경험들을 들어볼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면접을 시작했고 준비했던 질문들을 통해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아쉽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되었고 그렇게 면접을 마치게 되었다. 

 

오랜 연차동안 이 직무에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신 부분과 그 삶의 궤적에 대해선 전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다만 특별히 아쉬웠던 점은 주요 강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술에 대해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고민해 봤던 흔적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몇번의 질문을 통해 나는 그렇게 느꼈고 그렇기에 더 이상 관련된 질문을 드리기가 조심스러웠다. 면접이 끝난 후 문득 오싹한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살면서 봤던 수많은 면접들 가운데서 누군가에겐 이런 모습으로 비춰졌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지금의 내 상태조차도 누군가에겐 상대적으로 이렇게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생각들 가운데 한참을 서성이다 요즘 내 모습은 어떤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난 한 해를 어렵게 보내다 연말에 현재 팀에 합류하게 되었고, 어언 다섯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3달 반 정도가 흘렀을 때 새로운 동료가 팀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나와 연차는 비슷하지만 밟아온 로드맵에 큰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실무에서 물리적인 시간들을 비슷하게 보내며 고생했던 것만 같았지 내 동료는 차근차근 필요한 지식들에 대해 원론적인 공부를 이어왔다. 나는 그 시간 내 노력이 남들보다 더하다는 생각과 함께 우물 안의 개구리의 삶을 살았었다. 약 2년이라는 시간을 각자가 그렇게 살아온 결과 그 차이가 월등히 벌어져 있음을 체감하게 되었다. 연차는 비슷하지만 나는 내 동료를 스승이자 멘토로서 인정하게 되었다. 너무 감사한 것은 이제라도 이런 동료를 만났다는 것과 이 동료를 통해 내 삶이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늦게라도 알았다는 것이다. 내 동료는 본인이 겪어왔던 길들을 나에게 아낌없이 공유해준다. 항상 겸손하며 나의 길을 응원해 준다. 이런 동료 덕분에 늘 노력할 준비는 되어있었으나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불명확했던 내 불안한 로드맵이 정돈되기 시작했다. 그 로드맵을 차근차근 밟고 있는 요즘이다. 공부하는 게 즐겁고 공부한 내용을 수시로 함께 나누는 게 즐겁다.

 

이러한 내 자신이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동료를 만나지 못했다면 내가 아쉬워했던 면접자분과 별 다를 바 없이 연차가 쌓여가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운 모습이 됐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마터면 무턱대고 열심히만 살 뻔 했던 것이다. 내 역량을 열심히 갈고 닦아 성장해서 나도 누군가에게 내 동료와 같은 조력자가 되고 싶다. 노력할 의지는 있지만 좀 더 나은 방향을 알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