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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셀프> 를 읽고...(1)

미스터카멜레온 2023. 10. 28. 08:50

이번 추석도 어김없이 본가를 들러 가족들과 아침예배를 드린 후 아점을 먹고 외갓집으로 향했다. 외가 식구들이 모두 모이면 북적북적하다. 25평 정도 되는 공간에 우리 식구 6명(와이프가 올해부터 함께하게 되었다), 이모네 식구 5명, 외삼촌네 식구 6명 총 17명이 모이게 된다. 어렸을 때는 그나마 나포함 동생들 모두 덩치가 작았었는데, 이제는 막내마저 성인이라 제법 덩치들이 커졌고 몹시 비좁아졌다. 외가에 가면 늘 즐겁다. 서로 살갑게 대하고 상황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없다. 나는 이모부와 가끔 나누는 대화를 좋아한다. 이모부는 좋은 회사의 높은 위치에 계신다. 어렸을 때는 그저 푸근하시고 용돈 잘 주는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회에 나와보니 우러러보게 되었다. 이모부는 항상 침착하시고 겸손하시다. 내가 지금까지 본모습은 줄곧 그렇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먼저 나서서 조언을 해주시고 소위말하는 강제적인 가르침을 주려고 하셨던 적이 없다. 내가 먼저 조언을 구할 때는 귀담아 들어주시고 당신의 경험에 빗댄, 당신이 고민했던 부분들에 대해 얘기해 주신다.

 

당시 나의 고민들을 글로 정리해야겠다. 서론이 길어질 예정이다.

 

올해는 나에게 큰 일들이 여럿 있었지만 그중에 하나는 2년 4개월 다닌 회사에서의 권고사직이었다. 회사가 작년 말부터 어려워지기 시작하더니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다. 퇴사날인 7월31일 까지 중간정산을 2번정도 받은 것 같다. 작년말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의 기간 동안 단 한 가지의 희망만을 붙잡고 지냈다. 우리 회사를 큰 회사가 인수합병을 하려고 한다는 희망이었다. 표면적으로 이 희망이 끝내 무너지면서 회사는 대규모로 사직을 권고했다. 월급이 밀리면서도 희망을 붙들고 지냈는데, 그 희망이 사라지니 허망했고 마음이 어려웠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도 다가왔다. 나는 잠시 쉬어야 하는가? 빠르게 준비해서 재취업을 해야 하는가? 밀린 공부를 할 기회인 걸까? 고려하지도 않았었던 생각들이 갑자기 몰려왔다.

 

전 회사를 다니면서 값진 경험을 많이 했다. 규모가 작고 시드머니를 투자받아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는 단계의 스타트업이었다 보니 많은 시도들을 하게 되었다. 나의 시도들이 실서비스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었고, 곧 나의 결과물들이었다.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해결하며 살았다. 회사의 발전이 곧 나의 자산 즉, 나의 포트폴리오 자체라고 생각했다. 이를 통해 추후 이직을 하게 되더라도 큰 무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였다. 하지만 퇴사를 하고 어느덧 2개월 반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깨달았다. 이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는 생각이었다. 고민의 흔적과 과정에 대한 기록이 없는 결과물은 힘이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걸려서 문제를 해결해 왔는지, 구체적인 성과와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등등의 기억들이 나에게는 있기에 이력서에 쓰이는 결과물들이 의미 있게 보이지만, 제삼자에겐 그저 불신이 가득한 판단의 척도가 된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수많은 서류전형 탈락을 통해서 말이다. 운 좋게 나의 가능성을 봐주고 면접기회를 줬던 몇 기업들에서는, 기술면접에서 결과물에 대한 과정과 여러 나의 노력들을 어필할 수가 있었고,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기회를 대부분 얻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2년 4개월간 놓친 결점이 더 크게 다가왔다.

이모부께 넋두리식으로 위 이야기들을 말씀드렸고, 이모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던 도중 이모부는 이렇게 질문하셨다.

  • 이모부: 만약 네가 과거와 미래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니?
  • 나: (좀 생각하다가) 미래로 가고 싶어요
  • 이모부: 왜?
  • 나: 미래에 있는 제 모습을 보고 싶어서요
  • 이모부: 그럼 미래에 갔을 땐 무슨 행동을 해보고 싶어?
  • 나: 제가 선택했던 잘한 경험들과 잘못했던 경험들을 전부 듣고 싶어요
  • 이모부: 그렇지. 미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면 그릴수록 그 누구보다도 평생에 있어 네게 가장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

이모부는 이 대화 후 <퓨처셀프> 라는 책을 추천해 주셨다. 벌써 이모부는 2번을 완독 하시고 3번째 읽고 계신다고 했다. 마음이 복잡한 요즘 정신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독서를 마음먹고 이모부와 의미 있던 시간을 잘 마쳤다.

본격적인 책에 대한 리뷰는 다음 페이지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