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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을 후련하게 보내주기 위해 작성해 본 회고

미스터카멜레온 2023. 12. 31. 22:41

올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연말 회고는 꼭 작성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몇 번이고 다시 돌아와 시작할 수 있는 나만의 세이브 포인트를 만들고 싶었는데 연말 회고가 그 역할을 해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포켓몬스터 게임엔 이런식으로 세이브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존재한다

여기서 세이브 포인트는 예전에 즐겨했던 포켓몬스터 골드버전 게임에서 착안했다. 표현이 직관적인데, 말 그대로 특정 시점까지 진행했던 게임에 대한 기록을 저장하고 언제든 그 시점부터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이 게임에서 기록 세이브를 하지 않고 그저 직진만 하다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마주하면서 게임오버가 된다면 그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리셋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미 리셋되어 버린 이후 기억에 의지해서 모든 걸 원상 복구하기엔 한계가 있고 다시 돌아갈 용기조차 나지 않아 게임을 중도에 포기해 버린 경우도 많았다. 중간중간에 세이브를 꾸준히 했을 때는 어떤 어려움을 마주하더라도 걱정이 없었다. 다시 돌아갈 때 쓰이는 비용이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중도포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이 짧은 실패경험을 이용해 더 나은 과정을 시도해 볼 수도 있게 되었다. 지금껏 살면서 회고라는 것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기에 내 인생에는 명확한 세이브 포인트가 없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회고를 작성해 두기로 결심했다.

 

연말회고 소셜링에서 작성한 회고지이다

회사동료분과 얘기를 나누던 중 연말회고에 대한 니즈를 서로 공유하게 되면서 우리 서비스인 '문토'를 통해 연말회고 소셜링을 열게 되었다. 호스트 역할을 맡았던 동료분이 정성껏 준비해 준 질문지들을 기반으로 회고를 진행했고 깊게 내 23년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렇게 진행한 회고를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Q. 올해 나를 가장 잘 나타내는 키워드는?

'인생 제2막'

 

2023년 7월 31일에 전 직장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수많은 동료들과 내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회사를 나가게 되었다. 회사는 22년 말부터 이미 어려웠다.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고 식사비 지원 등 경제적인 요소가 엮여있는 복지들도 전부 중지되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좋은 소식은 있었다. 자세한 얘기를 할 수는 없지만 그 소식에 대한 기대 때문에 나는 어려운 시기를 동료들과 함께 버텨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끝내 그 좋은 소식은 물 건너가게 되었다. 새로운 스텝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나는 구직자가 되었다.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참 부끄럽지만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 그 자체였다. 2년 4개월이라는 시간을 전 직장과 함께하면서 업무적으로 많은 기여를 했는데, 이런 경험들이 훗날 어디에 내놔도 인정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내 수준을 바깥세상과 비교해 보려는 시도를 미루고 또 미뤘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헛된 자신감만이 가득했다. 이런 상황에서 작성한 내 이력서는 거품이 가득했고 이를 통해 지원했던 수많은 회사로부터 거의 전부 서류 탈락을 받게 되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실패를 통해 배우는 마음은 늘 있었기에 현재 처해진 상황이 분명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주변 동료들에게 이력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부탁하며 당장에 닥친 상황을 개선해 나갔다. 조금씩 마음을 회복해 나가고 과정들도 개선해나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내 시야는 좁았고 막막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우연히 '퓨처셀프'라는 책을 추천받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꿈꾸는 목표가 원대하면서 동시에 구체적일수록 그 목표는 현재의 당신에게 가장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습니다.

 

퓨처셀프라는 책을 관통하는 한 문장이다.(정확한 문장은 아니고 뉘앙스를 나타내었다) 나는 이 책을 이틀 만에 몰입하여 완독을 하게 되었다. 그런 직후 나는 1년 후 내 모습에 대한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웠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단기 노력들을 내면의 망설임을 무시하며 수행하기 시작했다. 나의 형편과 처지가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나의 토대가 달라졌고 이러한 부분에서 나의 제2막이 시작되었다. 

Q. 올해 내가 잘한 일 또는 나에게 생긴 긍정적인 변화는?

  • 블로그를 시작했다. 글솜씨가 엉망이더라도 생애 첫 블로그 포스팅으로 책에 대한 후기 및 나의 여러 묵은 생각들을 적었다.
  • 늘 미루고 미루던 AWS커뮤니티데이에 처음으로 참여하여 멋진 개발자분들과 내 모습을 동기화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 바쁘다는 핑계로 미뤘던 테크 레퍼런스 아카이빙을 다시 깃허브에 관리하기 시작했다. 
  • 독서를 시작했다. 책 한 권을 통해 내 마인드 셋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음을 체험하면서 두 권째, 세 권째 쌓였을 때 얼마나 큰 변화들이 있을지 궁금하였다.
  •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지우기 이전엔 숨 쉬듯 인스타그램을 했었고 돌아보니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벌써 3달째 지속하고 있고 전혀 미련이 생기지 않는다. 그 시간에 독서나 생산적인 유튜브 영상시청 또는 멍 때리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요즘이다.
  • 업무 랩탑에 카카오톡을 지웠고 휴대폰에 있는 카카오톡을 포함한 대부분의 알림을 비활성화시켰다. 이런 행위를 하기 전에 나는 멀티태스킹은 현대인의 숙명이라고 생각했다. 업무 중에도 무의식 속에 카톡을 했고 휴대폰이 울리면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현재는 업무시간에 휴대폰을 거의 들여다보지 않는다.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도 '급한 연락은 전화로 부탁드립니다'로 바꾸었다. 
  • 링크드인을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위 설명들에서 나온 것처럼 알림은 꺼뒀다. 링크드인은 수많은 자극적인 SNS와는 다르게 양질의 콘텐츠들이 많다. 각 회사의 C Level분들의 견해나 다양한 전문가분들의 이야기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인생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
  • '문토'에 합류하게 되었다. 나를 믿어주고 뽑아주신 대표님과 개발팀 동료들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이제 막 회사에 합류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백엔드 개발팀과 관련된 시스템 분석 및 온보딩 프로세스 문서 10개 작성, 신규 기능 릴리즈(첫 커밋, 첫 푸시)를 완료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Q. 올해 내가 잘 못한 일 또는 아쉬운 일은?

  • 한 해를 명확한 목표 없이 살았다. 올해 중 목표가 생긴 시점이 내가 독서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10월 말쯤이라고 볼 때 23년 중 대부분의 시간이 목표 없이 붕 떴었다는 게 아쉽다. 그만큼 현실에 안주하고 살았다는 뜻이다. 뒤늦게라도 이 악순환이 멈춰 다행이다.
  • 회사 탓을 많이 했다. 앞서 얘기했듯이 전 직장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이유는 복합적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구성원으로서 나의 역량 부족 등의 이유도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기보다 경영진을 원망했다. 원망한다고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목표 없이 현실에 안주하던 내 모습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 온전한 집중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었다. 위 잘했던 일에서 언급한 내용과 연결이 되는데, 한 가지에 온전히 몰두하여 진행했던 작업들이 드물다 보니 그만큼 나에게 남는 것도 없었다. 실제 뇌과학적으로 한 가지에 집중하지 않은 채 여러 가지를 한 번에 하게 되면 기억 저장 또한 올바르게 되지 않기 때문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나는 단지 나의 기억력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 테크 교과서를 통한 공부를 단 하나도 하지 못했다. 항상 구글링이나 유튜브를 통해 필요한 부분들만을 공부해 왔다. 그러다 보니 내 분야에 정말 기본이 되는 지식이 뭔지를 모르게 되었다.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얻은 지식들은 쌓이지 않고 휘발되는 경우가 많았다.

Q. 올해 새롭게 의미를 가지게 된 일은?

'독서와 글쓰기'

 

앞서 얘기한 대로 독서와 글쓰기의 시작은 '퓨처 셀프'라는 책의 영향 때문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부스팅을 하게 해 준 책은 '역행자'라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인생의 치트키는 독서와 글쓰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바로 내 인생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우선 어려서부터 독서를 정말 싫어했다. 심지어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책을 읽는 것도 싫어했고, 만화책보다 만화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책을 읽더라도 숙제를 통해 억지로 읽었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이런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았고 자연스레 독서는 안중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독서는 각 시대의 일타강사들이 해주는 가장 저렴한 개인과외가 되었다. 독서를 하는 시간만큼은 귀중하게 생각하여 시간을 맞춰 타이머를 켜놓고 핸드폰을 멀리한 채 집중하기로 했다.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이를 잘 실천하고 있다. 

글쓰기는 독서보다도 더 내 삶과 무관한 분야였다. 글쓰기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건 수많은 개발자분들이 테크 블로그를 작성하는 모습을 보면서였다. 나는 이런 모습을 동경했다. 나도 개발자로서 내 분야의 테크에 대해 포스팅을 하고 싶은데 나의 수준 낮은 글솜씨가 세상에 드러나고 평가받는 게 두려웠다. 글쓰기가 내 관심 주변에 기웃거리기 시작했지만 두려운 대상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독서를 하기 시작하면서 글쓰기는 그저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얻게 되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하기 시작했고 글솜씨가 어떻든 간에 내 생각을 정리해서 해소해 버리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 10월 말부터 약 2달 동안 작성한 포스팅이 아래와 같이 17개가 되었다.

 

Tech

[postgresql] pg_bigm extension적용하기(feat. MacOS)

Postman + OpenAPI + Redocly + Github Page = Fancy한 API문서

[Nestjs] validator 적용해보기(feat. mongoId)

[Nestjs] mongoose와의 조합은 환상이다(feat. configuration)

[Nestjs] 간단하게 사용하는 Nestjs Configuration

[MongoDB] 초간단 로컬 mongodb 사용하기(feat. docker)

Book

<가짜 노동> 지금 '가짜 노동'하고 있니?

<부의 추월차선 완결판: UNSCRIPTED> 인생이 짜여진 각본이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는가?

<정리하는 > 뇌를 최적화시킬 있는 방법은 분명 있다

<월급쟁이 부자로 은퇴하라> 단순한 방법론이 아닌 진실된 인생이 담겨 있다

<부자아빠 가난한아빠> 나에게도 부자 아빠가 생겼다

<역행자> 소중한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1

<퓨처셀프> 를 읽고...(2)

<퓨처셀프> 를 읽고...(1)

Growth

[일상 귀한 영감 1] '데이터' '다름' 연관관계

AWS COMMUNITY DAY 2023 (서버리스 트랙 다녀온 후기)

험난한 Nestjs 입문기

 

위 모든 글들은 작성하는 중간중간 정말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작성했다. 특히 테크파트는 완벽하고 수준 높은 정보자체를 전달하는 것보다 나의 시행착오와 결국 내가 적용했던 방식을 담고자 노력했다. 완벽하고 수준 높은 지식들은 이미 수많은 선배님들이 작성해 주신 글들로 토스하고 나보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하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성했다. 아직까지도 내 글솜씨는 부끄럽다. 이는 꾸준한 독서와 좋은 강의들을 통한 배움 그리고 실제 글 쓰는 행위들을 반복하면서 개선해나가고자 한다. 

Q. 새해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은?

  • 독서와 글쓰기를 한 해 동안 꾸준히 지속하기. 가능한 한 달에 3권(교과서 미포함) 정도를 읽고 이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루틴을 이어갔을 때 나의 삶이 얼마큼 변화될지 궁금하다.
  • 교과서 5권 정복하기.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님의 유튜브 영상 중 왜 교과서나 논문은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교과서나 논문이야말로 그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했던 부분이 생각난다.(정확하게 일치하진 않지만 뉘앙스를 나타내보았다) 이 말씀을 들으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되었고 24년에 현재 내가 보유하고 있는 교과서들부터 정복해보려 한다. 여기서 공부한 내용들을 기반으로 블로그 포스팅도 해보려고 한다.
  • '문토'에서 개발자 소셜링 열어보기. 24년엔 다양한 분들의 견해와 개발관들을 들어보고 싶다. 간단한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시작해서 개발에 대한 별별얘기들을 다 나눠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보고 싶다.
  • 내가 필요해서 진행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1개 시작하기.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보다 더 효과 있는 계획이 있을까 싶었다. 주변 사람들과 내가 사소하게라도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기민하게 파악해보려고 한다. 

왼쪽부터 두 권은 이번 연말에 구입했고 나머지 세 권은 여지껏 내 책상 위 먼지속에 있었다

이틀을 초집중하여 작성하다 보니 정리가 얼추 된 것 같다. 드디어 인생의 첫 세이브 포인트를 만들었다.

더 사소하고 개인적인 수많은 것들도 여기에 기록하고 싶었지만 사진첩이나 다른 기록들에 남겨두기로 했다. 다시 생각해 봐도 너무 막막하고 힘든 시간들이 많았는데 지나고 보니 값진 교훈들을 얻은 시간이었다. 지나간 23년의 모든 시행착오들을 발판 삼아 새해를 달려보려고 한다. 새해에 목표한 모든 일들을 넘치게 이뤄보길 바라며 23년을 후련하게 보내주기 위한 회고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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