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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 너 지금 '가짜 노동'하고 있니?

미스터카멜레온 2023. 12. 25. 11:34

가짜 노동 표지

 

이 책의 저자는 총 두 명이다.

먼저 데니스 뇌르마르크는 1978년 덴마크에서 태어나 오르후스 대학교에서 인류학 석사를 받고 노동, 정치, 문화에 대한 강사, 컨설턴트, 비평가로 일했다. 여러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직장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얻었고 그를 바탕으로 현대사회를 통찰하는 깊이 있는 글을 써왔다. 그는 덴마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다양한 인류학 서적들의 저자이기도 하다.

아네르스 포그 옌센은 1973년 덴마크에서 태어나 오덴세 대학교에서 철학으로 석사를 받고 파리1대학(소르본)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한 후 코펜하겐 대학교에서 예술문화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강사, 작가, 극작가, 정치 및 사회 이슈에 대한 비평가로 알려져 있다. 여러 대학에서의 강의와 연구를 통해 프로젝트 커뮤니티 개념을 다듬었고, 최근에는 철학적 대화를 통해 내면을 치유하는 여행 안내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 두 저자는 덴마크의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스웨덴 사회학자 롤란드 파울센의 논문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 이 논문은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풀어서 설명하면, 고소득 종사자의 많은 수가 직장에서 시간이 남아돈다고 인정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내용 자체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정치적 성향이 전혀 다른 두 명의 섭외가 토론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이 둘은 형식적으로 서로의 의견을 내고 논쟁을 벌였고 토론을 마무리했다. 훗날 이 둘은 토론에서 다뤘던 내용에 대해 각자가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이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해보기로 결심한 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우선 논문을 작성한 롤란드 파울센을 직접 만나기로 했고, 그 이후에 이른바 '가짜 노동'을 인지하고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인터뷰 지원자들을 구하고자 했다. 이 둘은 상상이상으로 많았던 지원자 수에 놀라게 되었고, '가짜 노동'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애초에 정치색이 다른 만큼 성향이 달랐던 둘이기에 다양한 연구를 통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부딪힘이 많았지만, 바라보는 한 점은 같았기에 잘 정리하여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이 책은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로 시작된다.

옛 사람들이 상상했던 미래의 모습을 투영한 예술품들에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등장했으며, 모든 사람들이 본인들만의 텃밭을 가꾸며 살아가는 삶이 나타나 있었다. 또한 예전 학자들이 예측했던 미래의 모습은 기계의 자동화로 인해 모든 사람들의 노동시간이 현격히 줄어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을 하며 사는 모습이었다. 이 미래의 시기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2000년대를 나타낸다. 하지만 현재 예측과는 달리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사람들은 본인들의 텃밭을 가꾸며 살아가기는커녕 빼곡히 붙어서 살아간다.(물론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조금 다른 형태로 다방면으로 실험단계에 있으며, 텃밭 역시 집안에서 작게 운영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기계의 자동화로 인해 많은 부분에서 편리성을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무슨 이유에선지 더더욱 바빠졌고, 이로 인해 여가시간을 갈망하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책은 약 4일동안 내가 '노동'에 대해 복잡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복잡하다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우선 책에 사용된 언어표현자체가 어려웠다. 명확한 의미의 문장을 만들어 제시하기보다 비유를 많이 사용하고 꾸며진 표현으로 문장을 구성하여 제시하는 경우도 많았어서 책이 수월하게 읽히지 않았고 몰입이 많이 깨졌다. 다른 중요한 이유는 이 분들이 제시한 의견들(다양한 분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리한 최종적인 결론들)이 나의 생각과 충돌을 일으키는 부분이 많았던 점이다. 그런데 이 충돌이 생긴 이유가 나의 경험이 아직 부족해서 이 분들이 말하는 '가짜 노동'을 잘 분간하지 못해서인지, 이 분들이 하는 주장의 근거가 실제로 빈약해서인지 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아 머릿속이 복잡했던 순간이 많았다. 분명한 건 내가 이 책의 모든 주장을 공감할 순 없으며, 꽤나 부정적인 태도로 책을 읽게 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복잡하게 고민을 해보면서 도달한 한 가지는 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나 스스로에게 '내가 하는 지금 하려는 것은 가짜노동인가?'라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다. 이젠 일종의 께름칙함을 느낄 준비가 되었다. 예를 들어, 회의가 길어지고 있는데 이 원인이 정말 원론적인 주제를 해결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사로운 일상얘기들로 가득하다면 나는 '이거 지금 가짜 노동 아닌가?'라고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명확히 정해져 있는 업무가 끝났고 단순히 시간만을 채우기 위해 추가적인 일을 고민한다면 나는 '이거 지금 가짜 노동거리를 찾고 있는 거 아닌가?'라고 질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훗날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내 사회생활 경험이 더 무르익었을 때 그 미래에도 내가 이 글을 작성한 현시점과 비교해 봤을 때 가짜 노동은 변함없이 만연해 있을지, 나의 복잡함이 그때는 해소가 되어 이 분들의 주장에 감탄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